
미국에 가기 전, 아이들이 다닐 초등학교를 결정하기 위해
가장 많이 들여다봤던 사이트는 GreatSchools였습니다.
학교별 점수를 비교하고 학부모들의 후기를 찾아보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학교를 선택하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학교가 LA의 Hancock Park Elementary School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보니 숫자와 후기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매주 월요일 전교생이 함께 모이던 시간부터 매달 진행되던 시상식,
선생님마다 달랐던 수업 방식, 처음에는 낯설었던 학교 기부문화까지.
미국 공립초등학교에서 보낸 1년은 아이들뿐 아니라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미국의 모든 초등학교가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은 저희 아이들이 다녔던 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부모가 직접 보고 느낀 미국 초등학교의 실제 모습을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1. 매주 월요일 전교생이 모였습니다

미국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매주 월요일 진행되던 전교생 모임이었습니다.
월요일이면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처음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학교의 일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경험했던 조회와 비슷하면서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매달 진행되던 시상식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좋은 성취를 보인 아이들을 선정해 상을 수여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시상식이 조금 의외였습니다.
미국 학교라고 하면 경쟁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먼저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성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축하하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상을 받는 아이들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상을 받은 아이들은 자신의 성취를 무척 기뻐했고, 친구들은 박수를 치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제가 지켜본 자리에서는 상을 받지 못했다고 크게 실망하거나,
상을 받은 친구를 질투하는 모습도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이들 모두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경험한 시상식은 누군가를 다른 아이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자리라기보다는,
각자의 성취를 함께 기뻐하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경쟁과 도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상식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성취를 인정하는 것과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반드시 반대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학교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그 분위기를 즐겼습니다.
월요일 모임은 단순히 학교의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서로의 성장을 확인하고 축하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2. 같은 학교에서도 선생님에 따라 달랐던 수업

미국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새롭게 느낀 점 중 하나는 담임선생님의 역할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담임선생님의 영향력이 크지만,
제가 경험한 미국 학교에서는 선생님에 따라 수업을 구성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학년과 담임선생님이 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수업 방식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첫째가 GATE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담임선생님과 나누었던 이야기입니다.
당시 첫째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GATE 학생들만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담임선생님께서는 학생의 수준을 고려해 일반 수업 안에서도 심화학습이나
조금 더 도전적인 과제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담임선생님이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학년 아이들의 프로젝트 숙제였습니다.
단순히 문제집을 풀거나 정답을 찾는 숙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과제도 있었습니다.
그중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것이 바로 Leprechaun Trap 만들기였습니다.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받아온 숙제였는데, 저희 가족은 Leprechaun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봐야 했습니다.
숙제를 제대로 해주고 싶은 마음에 비싼 미술재료점까지 찾아가 재료를 잔뜩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집에 있는 상자나 재활용품을 활용해도 충분한 과제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당시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 숙제를 경험하면서 정해진 답을 찾는 것 외에도
아이들이 직접 구상하고 표현하는 활동이 수업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특히 미국 생활 초기에는 과제에 담긴 문화적 배경조차 익숙하지 않아 아이와 함께 공부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 자체가 저희 가족에게는 미국 문화를 알아가는 또 하나의 경험이었습니다.
학교의 교육 수준을 판단할 때 시험 성적이나 학교 평점만큼이나
실제로 어떤 선생님을 만나고, 교실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3. 처음에는 낯설었던 학교 기부문화, 그리고 1년 후의 생각

미국 공립초등학교에서 처음 접한 기부문화는 제게 무척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생활을 경험하면서 기부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제가 인상 깊게 느꼈던 것은 기부금 자체보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였습니다.
학부모들이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기부와 각종 행사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활동도 더욱 다양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런 문화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기부금 규모의 차이가 있고,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 학교의 교육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생활하며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것은 조금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미국에서 경험한 교육문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이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였습니다.
누군가 기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자신과 비교하거나,
다른 친구가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고 해서 자신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물론 모든 미국 아이가 그렇다거나 미국 학교에 비교와 차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가 경험한 학교와 주변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분위기가 그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학교 시상식에서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을 받은 아이는 자신의 성취를 마음껏 기뻐하고, 친구들은 그 아이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상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친구가 잘하는 것을 인정하는 일과 내가 가진 장점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학교의 교육 방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오랫동안 형성된 문화적 배경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서로 다른 능력과 환경, 성취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타인의 모습을 인정하고 자신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말입니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저 역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막상 아이의 교육에 관한 문제에서는 비교와 경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경험한 이런 분위기가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돌아보면 미국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며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도, GATE도,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도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성취를 인정한다고 해서 나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나 역시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아도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
미국에서 보낸 1년 동안 제가 경험한 교육문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고 싶은 부분입니다.